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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삼국지는 어떤 삼국지입니까? 너무 뜬금없나요? 다시 한번 정리해서 질문해 볼까요. 그동안 읽거나 즐겼던 삼국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삼국지인가요? 수백만 부가 팔린, 유명 소설가가 편역한 소설 삼국지인가요? 초등학교 시절에 본 만화 삼국지입니까? 아니면 simcga.com을 실행하고 흑백 286컴퓨터에서 플레이하던 게임 삼국지입니까? 혹시 30대 후반 이상이라면 마치 백과사전 몇권을 합쳐 놓은 것 같은 두께의 양장본 삼국지나 그 단 3권으로 끝나는 문고판 삼국지를 기억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만화 편집자인 나의 삼국지는 이학인, 킹 곤타의 만화, <창천항로>입니다. 전에도 <창천항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창천항로>는 만화 편집자로서 참 많은 기억을 남겨준 작품입니다. 조조가 주인공인 삼국지, 원작자인 재일교포 작가인 특별한 일본만화에 대한 야릇한 감정,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스토리와 화려한 그림에 반해 ‘20세기 최후의 삼국지’란 선전 문구를 붙이고 뿌듯해 하던 풋내기 편집자 시절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창천항로>는 다소 과도하거나 사실적인 성적, 폭력적 묘사를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란 명목으로 훼손(당시엔 ‘수정’이라고 불렀습니다만)되기도 하고, 청소년 보호법과 성인만화 단속 등으로 인한 연재 잡지가 폐간되어 연재가 중단되는 수모를 껶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수정’된 부분을 원래대로 복원한 ‘무삭제완전판’으로 재발행 된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기도 했습니다.
<창천항로>는 몇 해 전 일본에서 연재가 끝났고, 한국에서도 ‘무삭제완역판’ 완결편이 지난해 말에 발매됐습니다. 시작이 조조의 청년시절이었듯이 조조의 죽음으로, 아직 하후돈 장료 장비 마초, 심지어 유비마저 죽지 않았건만 <창천항로>는 끝나버렸습니다. 조조는 평생 친구이자 동지였던 하후돈과 차를 마시며 생을 마감합니다. 천하를 호령하고, 전란의 한 가운데서 살아오던 위왕의 최후치고는 참 소박한 그것이라고나 할까요.
예전에 만화는 언제 끝나는 것이 아름다운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작가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창작된 <도라에몽>이나 <스누피>의 마지막은 인생의 진한 향기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결말이었습니다. 허리 다친 강백호의 부상 회복을 남겨둔 채 ‘1부 완결’로 끝난 <슬램덩크>의 마지막 장면도 언젠가는 시작될 2부를 기다리는 열성팬들에게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완결이었을 것입니다. 청년 조조에서 시작해 그의 여유로운 죽음으로 마무리된 <창천항로>도 그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완결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셋으로 나뉜 천하가 통일되지 않은 상황도 아랑곳없이, 그의 라이벌들이 성장해 세력을 확장하는 그 다음 이야기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조조의 죽음 그 자체로 마무리 해버린 <창천항로>라는 삼국지의 결말이 멋있게 보이는 것은 작품에 대한 애정이 과도한 나만의 생각일까요? 이미 완결된 지 몇 달이 지나버린 <창천항로> 서른여섯 권을 책장에 꽂으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휴일 오후입니다.
2007.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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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원작 산업화, 진화하는 만화 속 이야기 
